자세에서 시작되는 발표의 신뢰

미국의 연구에 따르면, 우리 눈의 편도체가 사람의 첫인상을 판단하는데 걸리는 시간은 약 17/1000초, 즉 길게 잡아도 겨우1~5초이다. 이처럼 우리 두뇌는 찰나의 순간 한 사람의 표정, 몸짓과 같은 비언어적 요소들을 종합하여 본능적이며, 때론 비이성적인 과정을 거쳐 상대방의 인상을 형성한다.      특히, 처음 강렬하게 인지된 정보는 나중에 입력되는 정보보다 기억에 더 잘 남아 전반적인 이미지 판단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이른바 ‘초두효과’로 인해 우리는 자신의 첫인상이 언제 형성된 지 알아차리기도, 잘못된 점을 바로잡기도 어렵다.

그렇다면 발표자의 첫 인상은 어디서부터 시작될까?

무대에 오르기 직전의 배우들과 달리, 일반 직장인 혹은 학생에게는 마음을 다 잡기 위한 별도의 장막이 마련되지는 않는다. 그렇기에 의자에 앉아 발표 순서를 기다리는 순간 순간에도 청중들은 – 이는 물론 당신의 옆자리 동료일 수도 – 그날의 발표 분위기와 이를 이끌어갈 발표자에 대한 평가를 시작한다. 

발표를 하게 될 공간에서 순서를 기다리고 있을 때면, 온갖 불안감과 두려움으로 인해 가만히 앉아있는 것조차 쉽지 않다. 그러나 이 때 발표자가 취하는 몸 동작이나 자세는 청중에게 무언의 메시지를 전달하여 발표의 전반적인 평가에 크고 작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청중들은 이러한 외부적 단서를 통해 전달자의 심리상태를 짐작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다리를 떨거나 몸을 지나치게 움직이는 것과 같은 불필요한 행동은 최대한 삼가고, 의식적으로 침착함을 유지하고 감정과 생각을 조절하는 것을 연습할 필요가 있다. 

경직된 자세 이완시키기

이를 위해 잠시 발레리나/발레리노 혹은 꼭두각시가 된 상상을 해보자. 

누군가가 위에서 정수리를 잡아당기는 것처럼 배의 근육을 최대한 위로 끌어올리고, 다시 힘을 빼며 이 동작을 반복해보는 것이다. 이는 편안한 호흡을 유지하는데 도움을 줌으로써 경직된 자세를 풀어주는데 도움을 준다. 자세를 고치기 위한 또 다른 방법으로는 어깨 근육의 움직임을 인식하는 것이 있다. 어깨를 올렸다가, 뒤로 당겼다가 힘을 풀며 내려주는 자세 교정 운동을 반복해주면, 긴장으로 움츠려진 흉통이 넓게 열리는 것을 느낄 수 있다.

바르고 힘있는 자세로 걷기

아울러 발표자의 걷는 자세는 발표자의 전반적인 인상을 좌우할 수 있는 중요한 시각적 요소이다. 따라서 관중 앞에 나서는 발걸음부터 무대를 내려오는 순간까지 자신감 있는 걸음 걸이는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불안하고 자신이 없더라도 일단 바른 자세로 걸어 나가라. 이 때 구부정한 어깨와 허리를 반듯하게 폄으로써, 상체 전반이 충분히 크게 열린 듯한 느낌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발표자는 긴장하지 않으려고 으레 몸에 힘을 빼려고 시도하지만, 바른 자세를 위해 오히려 몸은 어느 정도 긴장 상태를 유지하는 것이 좋다. 당당한 걸음걸이는 자연스럽게 발표자와 향후 이어질 발표에 대한 신뢰와 호감을 형성하며, 무엇보다 청중이 느끼게 될 공간의 에너지 또한 달라지게 만든다.

 또한 발표가 끝나더라도 청중은 여전히 발표자를 주시하고 있으므로, 끝까지 바른 자세로 당당하게 퇴장해야 한다. 실수가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가면서 설사 몸 둘 바 모르겠다 하더라도 고개를 숙이고 퇴장하거나 한숨을 쉬는 것과 같은 행동은 삼가야 한다. 

투명한 장막 상상하기

발표자로서 당신은 발표 직전까지 무수한 연습을 반복하고 발표가 행해질 환경을 확인했을 것이다. 사실상 청중 앞에 서는 순간, 아주 숙련된 발표자가 아닌 이상 미리 준비된 사항들을 바꾸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발표자는 우선적으로 자신과 자신의 발표에 집중하는 것이 중요하다. 지나치게 긴장이 된다면 관중과 당신 사이에 투명한 장막이 있다고 상상해보자. 당신이 청중을 볼 수 있고, 청중 또한 당신을 볼 수 있지만 이 장막으로 인해 당신이 실수해도 안전하다는 것을 계속해서 인지하는 것이다.  

이처럼 발표자가 자신의 잘못된 자세를 하나씩 점검하고 고쳐 나간다면, 준비된 자세는 청중에게 긍정적인 첫 인상을 만들어 줄 절호의 기회로 유용하게 사용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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