즉흥 발표: 블랙아웃(Blackout)을 경험하고, 연습하고, 극복하라

컴컴한 암전 상태 혹은 전기가 모두 끊긴 정전 사태를 일컬어 블랙아웃(Blackout)이라 말한다. 이는 어쩌면 소위 만취로 필름이 끊겨 일시적으로 기억이 나지 않는 현상을 설명하는데 더 익숙한 단어가 아닐까 싶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술을 한 잔도 마시지 않은 발표자 또한 호흡이 가빠지고 준비한 내용이 생각나지 않는 블랙아웃 현상을 심심찮게 경험하곤 한다. 특히 발표 불안을 겪거나 경험이 적은 이들이 무대 위 블랙아웃의 주된 피해자일 것이다.

일반적으로 발표 불안 수준이 높은 사람들은 극심한 불안감으로 인해, 말하기 준비과정에서부터 발표 그 자체에 몰입하는 것에 어려움을 겪는다. 연습 과정에서 언어적•말하기 기술을 습득하는 데 실패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결과적으로 악순환이 시작되는 것이다. 또한 이들은 본인의 과제와 설정한 목표에 대한 과도한 부담감은 물론이고 “암기한 내용이 생각나지 않으면 어떡하지?”, “다른 사람은 나를 어떻게 보고 있을까?” 등과 같은 부정적인 결과를 예상하고 겁내는 것에 습관화되어 있다. 

그러나 다수의 청중 앞에서 얼굴이 빨개지고 심장이 쿵쿵거리는 몸의 낯선 반응들, 이는 전문가를 비롯하여 발표를 준비하는 누구에게나 당연한 일이다. 따라서 단순히 암기한 발표 대본을 시간 내에 자연스럽게 연습하는 것에 그치지 말고, 어떻게 이러한 상황을 좀 더 유연히 받아들여 스스로 통제하고 블랙아웃 현상을 해소해 나갈 것인지 지속적으로 점검할 필요가 있다. 

즉흥 발표 연습

발표를 겁내지 않기 위해서는 모순되지만 발표 상황과 더 자주 마주해야 한다. 어릴 적에 자전거를 타는 방법을 배우는 것과 마찬가지로 그저 직접 해보는 것 즉, Learning by doing을 통한 반복적인 연습이 필요하다.

어떤 주제여도 좋으니 무작위 단어(random word)로 1~2분 내 또는 5분 길이의 프레젠테이션을 완성해보자. 예를 들어 ‘미디어‘라는 단어를 선택했다면, 미디어와 관련된 현 이슈/뉴스기사와 같은 객관적인 설명 혹은 자신이 어떤 미디어를 왜 사용하는지 등의 떠오르는 일화나 아이디어들을 머릿속으로 빠르게 정리하고 즉흥적으로 말해볼 수 있다. 소소한 일상, 자신의 취미 등 주제 선정에 대한 부담을 버리고 무슨 이야기이든 시작해보자. 발표 도중에는 청중 앞에서 내용을 수정할 수도, 멈출 수도 없기 때문에, 연습할 때 자신이 없거나 실수를 하더라도 멈추지 않고 끝까지 하나의 발표를 완성해보는 것이 중요하다. 

첫 번째 즉흥 발표 후에는 1차적으로 준비했던 문장의 순서나 단어, 길이 등을 수정하여 내용적•구조적인 면을 발전시켜 동일한 주제로 즉흥 연습을 다시 시도해보자. 실제 상황이라면 발표자는 준비한 메시지 내용뿐만 아니라, 청자의 반응과 분위기 등과 같은 실제 의사소통을 구성하는 제반 요소들을 동시에 고려하게 된다. 이 때 발표자의 심리적인 요소가 인지 처리과정에 영향을 주기 때문에, 각각의 정보들이 충돌하여 말하기 막힘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 그러므로 혼자서 즉흥 발표를 연습할 경우, 실제 발표 상황에서 필요한 비언어적 요소(예컨대 손짓이나 몸짓)를 가미해보거나 청중의 호응 등을 상상하며 다양한 발표 방식과 분위기를 경험해보는 것도 도움이 된다. 

‘두려움으로 인한 긴장‘과 ‘기대로 인한 떨림‘은 겨우 한 끗 차이다. 우리 스스로 어떻게 받아들일 것인가에 따라 긴장감은 스트레스가 될 수도, 활력제가 될 수도 있다. 기분 좋은 긴장감으로 우리를 자극해 줄 나만의 즉흥 발표 연습. 즉흥 말하기를 일상 생활에서 반복적으로 훈련함으로써, 예상치 못한 상황이나 질문을 맞닥뜨리더라도 의연히 대처할 수 있는 담대함을 체득하고 그에 맞는 자신의 발표 기술들을 점차 터득해 나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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